이번 겨울은 예고한 바로는 엄청 춥다고 했는데 그리 춥지가 않았고, 오히려 늦가을이나 초봄같은 날씨로 이어졌다. 이게 겨울나기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일일줄 모르지만 우주와 만물의 변화에는 좋은 징조가 아니다. 왜냐하면 계절은 각기 자기의 기운이 있어서 이것이 원활이 이루어져야 모든 것들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겨울은 춥고 봄은 따듯하며 여름은 덥고 가을은 서늘해야 우주만물이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일년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게 되고 거기에 맞게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단순히 사계절을 기온의 변화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파생되는 기운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고 거기에 맞게 살아가는것이 섭생(攝生) 즉 건강의 주요덕목이다.
한의학에서 상한(傷寒)은 모든 병의 시작이다. 말뜻을 그대로 풀이하자면 한사(寒邪)에 상했다는 뜻인데 겨울에 생기는 병이다. 요새 이를 겨울감기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광의의 상한과 협의의 상한을 혼돈해서 나오는 말이다. 한의학에서 상한은 모든 병의 시작이기에 가장 중요한 병으로 본다. 원래 상한에는 광의와 협의의 의미가 있다. 〈소문 素問〉 열론편(熱論篇)에서 말하고 있는 "지금 일컫는 열병은 모두 상한에 속한다"고 한 것은 광의의 상한, 즉 일체의 외감성 열병을 총칭한 것이다. 한편 협의의 상한이란 주로 풍한(風寒)이라는 외사(外邪)에 감수되어 발현하는 외감병증을 지칭한 것이다. 그래서 상한론(傷寒論)이라는 책도 저술되었고 한의학 근원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원제는 〈상한잡병론 傷寒雜病論〉 또는 〈상한졸병론 傷寒卒病論〉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의미는 상한이라는 이름을 빌려 발병되는 원인과 증후 그리고 경과 예후 등 체계적 완성에 있다. 즉 모든 병을 이렇게 구분하고 치료할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보면 된다. 음양의 구분, 한열(寒熱)의 관찰, 표리의 확정, 허실의 분류를 통해서 병변의 성질과 부위, 사기(邪氣)와 정기(正氣)의 성쇠에 관한 판단 및 질병의 발생과 발전의 법칙을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상한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전반적 질병군을 포함해서 바라보아야한다.
한사가 몸으로 침범하게되면 여섯 개의 경락(經絡)을 거치게 되는데 각각 한사가 머물때마다 전혀 다른 증상과 예후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 그때마다 증후를 알고 거기에 맞게 치료를 해야한다. 육경이란 양경(陽經)인 태양경(太陽經) 양명경(陽明經) 소양경(少陽經)과 음경(陰經)인 태음경(太陰經) 소음경(少陰經) 궐음경(厥陰經) 이렇게 여섯 개를 말한다. 한사가 몸에 침범을 하여 병을 일으키게 되면 한사는 시간이 흐르면서 경락에 침범하는 것도 순서대로 한다. 1일 태양경 2일 양명경 3일 소양경 4일 태음경 5일 소음경 6일 궐음경 이렇게 흘러가게 되어 몸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상한의 몸의 침범은 인체 경락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이 경락을 잘 조절하는것이 치료의 관건이 된다. 그러므로 각각 경락에 대한 증후와 표리관계까지도 서로 연관시켜 치료를 해야한다. 또한 상한은 한사 침범으로 생겨도 결국 열증(熱症)으로 변하는데 이는 한사가 외부를 공격하면 내부로 양기(陽氣)가 몰려서 열병으로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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