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첫날, 어느 시니어, 불두화(佛頭花)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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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월 1일,
시골집에서 5일째이다
아내와 함께 보내고 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즐겁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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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과 30일, 1박 2일,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반창회 정기 모임 겸 칠순 자축연 행사가 있었다.
펼침막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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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고 46회, 3879회
총회 및 칠순 자축연 행사,
70년 무사고 생존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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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6명이 참석했다. 원근 각처에서 모였다.
근사한 음식점에다 만남의 멍석을 깔았다.
세 시간 가까이 화기가 넘치는 시간을 보낸 후,
친구 집으로 이동하여 밤을 새우면서 놀았다.
다음 날 아침, 콩나물국밥으로 식사를 한 후 헤어졌다.
나만 그런가?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
친구란 무엇인가? 참으로 신비로운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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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새벽 시장을 다녀왔다.
특별히 살 것이 있어서 간 것은 아니었다.
으레 시골집에 올 때면 구경 삼아 시장을 한 바퀴 휘 돌아보곤 한다.
상인 중에는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이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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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버섯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다.
육십 가까이 보인다. 이분도 나를 기억할지 모른다.
가끔, 이분이 장사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가 있다.
인상과 표정도 좋거니와 장사 수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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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40쯤 되어 보이는 젊은 아주머니가 갓이 작은 새 양송이버섯을 사려고 했다. 갓이 작은 새 양송이버섯은 큰 것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지는가 보다.
“새 양송이버섯은 갓이 작아야 맛이 좋고 영양가도 많다.”라고 설명하면서 비닐봉지에 담더니 한 줌을 더 담아주었다. 다시 재빨리 바구니에 버섯을 채우고 다음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바구니를 가리키며 얼마냐고 물었다. 3천 원이라고 답했다. 그 아주머니는 나를 잠깐 보고 난 후, 버섯에 대해 설명했다.
조금 전과는 그 내용이 다르다.
“갓이 큰 것은 보기만 좋지 질기고 이놈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 어르신 같은 분이 드시기에 좋다.”고 했다.
버섯 비닐봉지가 손에 매달려 달랑달랑 거리면서 내 눈치를 보는 듯했다.
‘육십 가까운 아주머니 입에서 어르신이라니?’
‘갓이 작은 것이 부드러워 드시기에 좋다고?’
‘아니, 버섯도 씹어먹지 못할 상늙은이로 보였단 말인가?’
“허, 오늘, 또, 나이를 먹었네 그려!”
“뭐, 그렇게 늙어가는 거지 뭐,”
“이런 말에 마음이 상하는 놈이 바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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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돌아오니, 아침 햇살이 화단에 가득하다.
화단의 나무들, 꽃 잔치가 한창이다.
‘노래방 기계를 갖다 달라’고 졸라대는 아우성처럼도 들린다.
돌아가면서 노래를 시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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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첫날, 시골집 화단의 으뜸은 불두화(佛頭花)이다.
핸드폰에 담았습니다.
손으로 쓰다듬다가 뺨을 비벼 보았다.
이 아가씨가 간지럼을 타나 보다, 수줍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불두화 아가씨에게 새벽 시장에서 심상했다고 말해 볼까 했다.
혹시, 위로의 말을 해주지나 않을까?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니 늙음을 슬퍼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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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아! 5월아!
수수(授受)한 것, 무엇이냐?
알고 있다. 그 중 하나,
불두화(佛頭花)가 그것이리.
마이크, 쥐어 주리,
하고픈 말,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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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두화(佛頭花)야! 너의 꽃말,
제행무상(諸行無常) 아니더냐?
아침 햇살, 듬뿍 품은
오월 첫날, 너의 모습,
멈추자, 멈추리라.
사고(四苦) 번뇌 지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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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첫날,
지인들로부터 카톡이 왔다.
행운과 행복을 건강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작심해 본다.
오월을 행복하기 좋다. 무조건 행복하리라.
하루하루를 톡톡톡 튀는 일로 채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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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일주일 정도 시골집에서 머물 것이다.
텃밭 농사로 바쁠 것이다.
고추 100주를 심을 것이다.
각종 쌈 채소를 심을 것이다.
옥수수, 토마토, 호박, 수박도 심을 것이다.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아도 강한 생명력을 보여줄 것이고
작년보다 큰 기쁨을 줄 것이다.
오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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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글 읽어주신 것,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