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추석 날 동태후와 서태후는 궁중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함풍황제의 릉에 제사를 지내러 갔다.
제사를 지낼 때 동태후는 서태후에게 한 발자욱 뒤에 서라고 했다. 그 이유는 동태후는 함풍황제의 정비였고 서태후는 후비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태후는 이일이 많은 사람 앞에서 수치를 당했다고 생각하고 동태후를 죽이려고 결심했지만 한가지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함풍황제가 죽기 전에 동태후에게 준 밀서였다. 서태후의 됨됨이를 잘 알고 있는 함풍황제는 서태후가 자기 아들이 황제가 되었다하여 동태후를 무시하면 서태후를 죽이라는 밀서였다. 이 일로 골치를 앓고 있던 서태후에게 동태후가 감기로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동태후의 병이 나은 뒤 서태후는 동태후를 보러갔다. 그런데 서태후의 팔에 붕대가 감겨있었다. 그것을 보고 동태후는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서태후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기를 “태후께서 몸져눕자 안타까워 점을 쳤더니 그 점쟁이가 하는 말이 약에 사람피를 타서 먹이면 곧 나아질 거라고 해서 내 피를 약에 넣어 대접했더니 과연 병이 나았습니다.”
이 말을 들은 동태후는 원래부터도 마음이 약했는지라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태후가 나를 이토록 생각하는데 무엇으로 보답하겠는가 하면서 함풍황제가 준 밀서를 꺼내 불태워버렸다. 그로부터 서태후의 태도가 돌변하자 동태후는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한번은 서태후가 몸져눕자 동태후는 서태후를 여러 번 보러 다녀왔는데 왠일인지 서태후의 태도가 무척 친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태후가 동태후에게 전병을 보내왔는데 동태후가 그 전병을 먹고 며칠 앓지도 않다가 죽고 말았다.
동태후가 죽은 다음 그의 아들 동치황제가 황후를 택할 때 자기 의도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여 황제와 황후의 접촉을 자주 못하게 막고 황후를 핍박했다. 이에 너무나도 실망한 동치황제는 타락하기 시작하여 밤마다 변복을 하고 몰래 기생집을 드나들다 얼마 후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아들이 죽자 서태후는 자기가 계속 수렴청정하기 위해 남편을 핍박해 죽였다는 죄명으로 동치황제의 황후를 죽이고 자신의 여동생과 시동생 사이에서 낳은 3살짜리 아이를 황제로 등극시켰다. 이 황제가 바로 광서황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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