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의 힘으로 지탱하는 다리를 케이블 구성방식에 따라 현수교(懸垂橋)나 사장교(斜張橋)라고 한다. 경기도가 이런 현수교나 사장교 케이블에 불이 났을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화재방지법을 국내최초로 개발, 특허를 받았다.
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3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교량 케이블의 화재를 방지하는 수관 장치 및 화재방지 방법’에 대한 특허등록을 완료했다.
경기도 안전관리실 소속 김상구 주무관이 고안한 이 화재 방지 방법은 교량을 지탱하는 케이블을 물이 들어 있는 수관(水管)으로 감싸주는 것이다.
이 방법은 케이블과 수관의 발화점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통상 케이블의 경우 300℃가 돼야 불이 붙지만, 수관은 85℃만 돼도 불이 붙는다. 수관은 생활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도용(염화비닐 등)파이프다. 케이블에 열이 가해지면 발화점이 낮은 수관이 먼저 불에 타게 되고, 수관의 물이 밖으로 나와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이다.
김 주무관이 이 화재방지법을 개발하게 된 동기는 지난 2015년 12월 발생한 서해대교 화재였다. 당시 화재는 낙뢰 때문에 일어났는데, 낙뢰를 맞은 한 케이블에 불이 났고 이 불이 옆으로 번지면서 3개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중 한 개가 끊겨 땅으로 떨어질 때 화재진압에 나선 소방관이 이 케이블에 맞아 순직하기도 했다.
서해대교 화재진압이 어려웠던 이유는 케이블 주탑 높이가 180m인데다 강풍이 심해 고가사다리차와 소방헬기 이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소방관 5명이 100m가 넘는 서해대교 주탑에 올라 불이 난 케이블에 물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화재진압에 성공, 모두 1계급 특진하기도 했다.
서해대교는 모두 144개의 케이블이 하중을 지탱하는 사장교(斜張橋)인데, 2개 이상 끊어지면 붕괴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화재진압이 조금 만 더 늦었으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던 상황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 화재로 서해대교에는 15일 동안 교통통제가 이뤄졌으며 약 400억원 가량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했다.
김 주무관은 “화재 조사를 위해 현장에 출동했는데 케이블에 불이 났을 경우에 대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케이블에 수관을 설치하면 언제든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겠다 싶어 방법을 연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주무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케이블 1m당 소요되는 예산은 약 2만원 정도. 서해대교에 수관을 설치할 경우 평균 140m길이 케이블 144개 총 77,000m에 약 15억원이 필요하다.
경기도 안전관리실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총 82개의 사장교와 현수교가 있으며 이들의 케이블 교량길이는 10만4,170m에 이른다. 이곳에 모두 수관을 설치하면 724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도는 추산하고 있다. 이는 화재 발생시 예상되는 2조2,972억원 규모의 사회적 비용 대비 3.1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경기도 안전관리실은 실행방안 마련을 위해 전문가 자문과 의견 수렴, 공동연구를 위해 경기연구원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송재환 경기도 안전관리실장은 “교량 케이블 화재의 경우 제대로 진압을 하지 못할 경우 피해규모가 막대하고, 사장교와 현수교가 많아 대책이 시급한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 할 때, 이번 특허는 의미가 크다” 면서 “이번 특허가 낙뢰 또는 교량위 차량화재로 인한 복사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교량 케이블 화재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