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힐링한의원. 한의학박사 오원교
수척해진 얼굴로 40대의 한 여성이 남편과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 “남편이 한번씩 욱하면 참질 못해요. 얼마나 심한지 화가 나면 잡히는데로 집어 던지고 주변에 물건이 남아나질 않아요. 술 먹고 집에 오면 저를 때리고 이젠 더 이상 못 참으니 이혼하겠다고 하니까 그 다음날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듯이 싹싹 빌어서 어찌할바를 모르고 이젠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치료라도 받아보고 도장 찍겠다고 해서 왔어요.”
이 환자는 ‘간헐적 폭발성 충동조절장애’로 진단되었다. 이 질환은 가끔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신체폭력, 언어폭력, 기물 파손 등의 행동 문제를 동반하는 것이 주요 문제다. 누구나 화를 낼 수 있지만 화를 내는 정도가 객관적 상황에 비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고의성 범죄 행위와는 달리 어떤 이득을 위해 계획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별다른 이득도 없고 심지어 자신에게 해가 됨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행동으로 옮긴다. 평소 내적 긴장, 스트레스, 분노가 쌓여가다가 어느 순간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해서 화를 파괴적으로 폭발시킨다. 그러고 나면 순간적 쾌감과 동시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과 후련함을 느낀다. 당사자야 순간적인 쾌감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지만 반복적, 주기적으로 갑작스럽게 화를 받아내는 가까운 가족이나 직장 사람은 여간 고통이 아니다. 피해자는 화병, 우울증으로 인해 심계(가슴 뜀), 정충(불안 초조), 경계(깜짝 놀람), 가슴답답함, 손발저림, 복통, 두통, 요통, 어깨목 통증, 변비 등 만성적인 교감신경계 항진으로 인한 각종 신체증상이 생기게 된다. 특히 화는 먹이사슬과 같은 속성이 있어서 약한 사람, 만만한 사람이 최종적인 종착지가 되므로 그 피해는 더 심각해지며 아이에게 되물림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폭력적인 아빠,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커서도 비슷한 성향의 남편이나 아내를 만나 피학적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학대하며 관계 형성을 맺게 되는 것도 그리 놀랄만한 상황은 아닌 것이다. 한편 피해자가 자신이 안전해 질 수 있는 방법으로 오히려 남을 공격하는 가해자가 되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피해자는 오히려 화의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는 화의 전염성, 중독성, 적응성 때문이다.
■ 화 조절하기
이혼 위기까지 간 부부는 1:1 개별상담을 통해 정서 작업을 한 뒤, 스트레스 대응법이나 실제적인 부부 사이의 대화법을 훈련한 뒤 부부가 함께 상담을 하는 방법을 쓰면 효과적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심층 심리분석을 통해 환자의 성향, 체질을 파악하여 한약 처방과 심리상담의 방향과 일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몸에 좋은 고 영양소 음식이라 할지라도 사자에게 풀을 먹으라 하거나, 양에게 고기를 먹으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자 환자는 자기가 한번 옳다고 믿는 신념은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고집하는 성향으로 남편이 아내 말이 틀렸다고 폭력 행사를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남편이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자기의 신념을 꺽으려 할 때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목이 바짝 타 들어가는 듯 했다. 공허한 마음에 뭐라도 먹지 않으면 안되었다. 낮과 밤으로 치킨, 불고기, 나물, 떡 등 가리지 않고 먹고 싶은데로 먹었다. 음식이 목구멍을 통해 위장으로 들어가면 그나마 위안이 좀 되었다. 음식이 자꾸 땅기는 것은 자기 비하,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공허, 허무함이 생겨 복직근이 약해져서다. 흔히 ‘배가 허하다’. ‘배가 든든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라는 말이 있다. 든든한 배는 심리적 안정감, 삶의 질 향상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 공허함으로 인한 식탐 심리 상태는 한의학의 ‘상한론(傷寒論)’ 처방 이론중 ‘양명병(陽明病)’에 해당하는 경우다. 행동을 유발하는 기저심리를 알면 그에 상응하는 한약과 침, 심리상담 기법을 통해서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상담문의 365-3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