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아내의 곰국 끓이는 소리가 무섭다는 말이 있다. 곰국을 끓여놓고 아내가 나를 버리고 외출할까봐 그게 무섭다는 것이다. 이것은 먹는 것은 아내에게 의존하고 돈 버는데만 몰두했던 50대 이상 퇴직 후 남자들 사이에서 우스겟소리로 회자됬던 말이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한 50대 가장에게도 이런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 해결책으로 직접 요리를 배우기로 했다. 요리 학원에는 주부들이 대부분이어서 그 가운데 청일점으로 있는 자신이 때로는 창피하기도 했다. 요리가 서툴다는 아줌마들의 면박을 들을때면 자존심이 상해 때려치고 싶은 적도 많았다. 바쁘고 귀찮다는 핑계를 얼마든지 댈수도 있었다. 그러나 요리는 그에게 자신감을 주고 아내를 즐겁게 해주면서 관계도 부드러워지는 등 일석이조였기에 하나씩 꾸준히 요리 레시피를 습득해 나갔다. 그는 이 부드러운 관계의 상승 기운을 몰아 처갓집까지 영역을 확장시켜 보기로 마음 먹었다. 사위 사랑은 장모다. 장모는 사위의 재롱이 여간 사랑스러운게 아니다. 처갓집에 가서 편찮으신 장모님을 돕는다고 장모님이 좋아하시는 조갯살 볶음 요리를 도와 드렸다. 한우를 굽고 나서 한우를 예쁘게 접시에 담아 놓았더니 장모님이 사위에게 손이 얌전하다고 칭찬을 하였다. 아내 보기에도 이렇게 맛있고 보기좋게 음식까지 담아 놓는 남편을 보니 ‘보통내기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위로서의 평가, 남편으로서의 평가가 찬사와 감탄의 앙상블을 이루는 순간 그는 자기가치감이 확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가치감은 목표 도전 후 성취감과 더불어 성취물에 대해 그 사람이 알아듣고 친숙한 언어와 행위로 상대방이 표현해줄 때 상승한다. 그에게는 장모님의 ‘손이 얌전하다’와 아내의 ‘보통내기가 아니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다. 자기가 원래 가지고 있던 이야기(me)로 구성된 자기가치감을 각성시켜주는 것, 나도 좋고 상대도 좋은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자기가치감을 올리고 정신적 외상을 치료하는 핵심이다.
■ 자기의 이야기(me)
나는 어떤 사람인가? 누군가에 의해 들었던 이야기 즉 평가라는 것들과 내가 나에 대해 평가했던 이야기들의 조합이 바로 ‘객체로서의 자기(me)’다. ‘me’가 외부에서 보는 객관적 자기인데 반해, ‘I’는 행위자로서의 자기 즉 경험을 능동적으로 시작하고 조직하며 선택하고 해석하는 주관적 자기다. 자기가치감은 바로 자기에 대해서 구성한 이야기(me)에 영향을 받는다. ‘me’ 즉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가는 발달적 성취이며, 그 토대는 아동기에 있다. 심리학자 'Susan Harter'는 자기가치감의 발달이란 흥미로운 관점을 내 놓았다. 자기 개념은 아이가 자기에게 단어를 붙이는 시기인 생후 2세 후반에 발달하기 시작한다. 3세와 4세 때, 자서전적 기억이 형성되어 감에 따라 아이는 이야기를 둘러싸고 구성되는 이야기적 자기를 발달시키기 시작한다. 아동기 중기에서 후기까지 자기 개념은 점차 복잡해진다. 아이는 자기와 타인을 비교하면서 현실적 자기와 이상적 자기를 대조하고 이를 통해 수치심과 자부심을 느끼는 능력을 발달시킨다. 이후 청소년기를 거쳐서 성인기까지 자기 개념이 점차 분화되는데, 지속적인 도전 끝에 불일치된 자기 개념을 단일한 자기 개념으로 통합시킨다는 이론이다.
우리의 목적과 관련하여 자기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즉 ‘이야기하기’(storytelling)다. 이야기의 주체자, 능동적인 행위자인 ‘I’는 자신에 대해 구성한 이야기(me)에 서로 영향을 끼친다. 만약 자신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면 가치없게 살아갈 것이다. 반면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가치있게 살아간다. 누군가 자신에게(I) 붙여준 이름과 이야기(me)를 알아차리고 깨어나는 것이 자기가치감을 올리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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