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카톡문자를 받았다.
“스님, 안산에 ㅇㅇㅇ보살입니다. 제가 절에 기도비 빚진 것을 9월까지 다 입금해 드릴게요. 스님, 저희 애들 아빠가 몹쓸 병에 걸렸대요. 그래서 제가 절에 올라갈 시간이 없어요. 부처님 전에 기도 좀 부탁드립니다. 스님, 죄송합니다.”
문자를 보면서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면서 가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녀린 보살님이다. 그래도 늘 밝게 웃으며 절에 오던 분인데 얼마나 절망감이 클까도 걱정 되었지만, 또 하나 ‘절에 빚’이라는 말에 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남편 분을 위해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보살님, 절에 빚진 거라니요. 부처님께 빚은 없는 거에요. 아무런 부담 갖지 마세요. 보살님은 간호 잘하시고 저는 부처님께 축원할게요.”
이렇게 답장을 해드렸지만 씁쓸한 마음은 지금껏 가시질 않는다.
한참 전 일이다. 3년 전 쯤... 거의 매일 절에 와서 기도하는 신심있는 보살님과 함께 어디를 가는 길이었다. 자주 함께 다니던 보살님이 요즘 안 보이는 것 같아 안부를 물었더니 ‘그 보살 남편 사업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절에 당분간 못 온대요.’라고 대답한다. 깜짝 놀라서 ‘아니?! 그럴수록 와서 기도해야죠?’했더니 ‘스님이 몰라서 그래요. 우린 돈 없으면 절에 오기도 어려워요. 다른 사람들 눈치도 보이고, 부처님께도 죄송하구요.’한다. 가는 내내 나는 절에 오는데 돈 없어도 된다하고, 보살님은 그래도 그게 그렇지가 않다고 하며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지만 대화의 간격이 좁혀지질 않았었다.
여전히 그런가보다.
왜 그렇게까지 되어버렸을까.
지금에 와서 부처님 살아계실 때처럼 스님들이 탁발하고 걸식하며 만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절에 다니기도 불편한 지경을 만들어버린 건 너무나 잘못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스님들의 잘못이 크다.
얼마 전 인터넷을 달구었던 파란 눈의 수행자 현각스님(만행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저자)의 한국불교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이는 게 맞다. 부끄럽지만 사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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