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살자

원돈스님 : 흥부네 책놀이터

주간시흥 | 기사입력 2016/07/29 [15:26]
주간시흥 기사입력  2016/07/29 [15:26]
가볍게 살자
원돈스님 : 흥부네 책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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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선잠결 꿈속에 진제큰스님께서 출현을 하셨던 것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꿈은 꿈이려니 하지만 오늘 있을 49재와 자연스레 연관이 지어진다.


 엊그제 이제 막 40을 넘은 막내아들을 대장암으로 보내고 그의 부모는 못내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를 찾아왔다. 어머니는 재(齋)를 집전하는 동안에도 하염없이 훌쩍이며 무릎이 닳도록 절을 하신다.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는 나도 염불을 이어가기가 힘겨웠다. 소름이 돋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져서 목소리를 더 크게 내어 나의 슬픈 마음을 감추었다.


 꿈속에 큰스님과 또 다른 많은 스님들을 보았던 것을 떠올리며 그분 잘 가셨으리라 위안을 삼아본다. 절집에서는 꿈에 큰스님이 나타나면 부처님을 뵌 것과 한가지로 여긴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이승과의 작별을 고한다. 노인의 그러하심은 슬픔이야 당연하지만 억울하거나 갑갑한 마음은 덜하지 않을까.


 초등학생 아들을 둔 삼십대 가장의 잘못된 선택, 백혈병으로 열아홉에 떠나간 아들을 십년이 지나도록 가슴에 묻고 사는 어머니, 친구들과 놀러간다고 나갔다가 갑자기 주검으로 돌아온 20대 아들...


 이렇게 젊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자리는 많은 생각을 일으키게 한다. 남은 이들의 슬픔도, 어쩌지 못하는 막막함도 공감이 가지만 어떤 위로의 말도 해줄게 없다. 그저 곁에 있어줄 뿐...  궁색하지만 겹겹이 쌓인 전생의 인연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나도 한 번의 적잖은 고비를 겪었던 터라 자연스레 죽음의 문제를 먼 이야기로 미뤄두지 않는다. 얼마간의 고통이 따르고 아니 그마저 없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죽음. 어느 선택된 누군가에게만 일어날 일이 아니다.


 내일 일을 모른다. 그 주인공이 나 일수도 나와 아주 가까운 분들 일수도 있다. 그래서 결론은 늘 언제나 쌓아두지 말고 가볍게 살자이다. 마음도 물질도 가볍게 나누면서 내가 사라진 뒤에 정리하는 수고로움이 남지 않도록 그렇게 살아서도 가볍게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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