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곶동 작은 산중턱에 있는 대각사에서 내려온 흥부네 책놀이터가 옥탑방을 거쳐서 이곳 시화초등학교까지 오는 길에 많은 귀한 인연들을 만났다.
우선 내가 무얼 하든 늘 ‘잘한다 잘한다 우리스님 훌륭하다’며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주시는 고향 부모님과도 같은 대각사 불자님들은 언제나 든든한 응원군이다. 교회에서도 봉사하고 있는 수정심불자님 소개로 `꿈이 있는 교회` 김 제언 목사님을 만나서 ‘책놀이터와 같은 공간이 우리 마을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말씀을 듣고 힘을 얻었다. 목사님 안내로 정일품(정왕1동을 품는 사람들) 회의에 참석하게 되어 각박한 줄만 알았던 도시에서 순수하고 소박하게 살기 좋은 마을로 거듭나고자 고민하는 모습에서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또 한 분 클래식기타를 가르치면서 카페를 운영하시는 이승희선생님... 이 분은 ‘마을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툭툭 보석처럼 박혀서 자기 나름의 빛깔을 낸다면 그 때부터는 살기 좋은 마을이 저절로 된다’며 몸소 실천하고 계신 분으로 흥부네도 그런 역할을 하기를 당부하셨다.
옥탑방이 아이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못한 시행착오임을 알게 되었을 때 정일품 회의에서 만나게 된 이규선(평생교육실천협의회 회장)님은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일처럼 여러 날을 함께 고민해 주셨다.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미 5-6년 전 군서초등학교 부근에서 ‘3사랑밥터’를 시작하신 이광재(정왕본동 하모니마트)님과도 인연이 되었다. 우리가 조금만 늦었어도 이광재님께서는 시화초등학교 부근에서 밥터를 시작하고도 남을 분이다. 그래서인지 흥부네 책놀이터가 이곳으로 이전하고 또 지금까지 유지하는 동안에 늘 물심양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간다. 내일은 또 누굴 만날까. 어느 귀한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혹시 어른들에게 잘 보이려고, 대각사에서 뭔가 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 건 아닌지.... 그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우리 흥부네 책놀이터에 머물다 가는 많은 아이들이 오래도록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그래서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들이 어른이 된 어느 날 행복한 추억 속의 장면에 흥부네 책놀이터에서 놀던 모습이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앞으로 십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래오래 처음 마음 잘 간직하면서 아이들과 행복한 스님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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