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다. 교수님께서 수업과 무관한 질문을 던지셨다.
“여러분들,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경험이라는 것을 하잖아요. 인간이 할 수 있는 경험의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정도는 얼마 만큼일까요...?”
학생들은 의외의 질문에 웅성웅성했고 좌중에 있던 나도 피식 웃으며 잠깐 생각에 잠겼었다.
30, 20, 5, ..... 각자 생각나는 대로 대답들이 이어졌다. 재밌는 건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더라는 거였다. 생각할수록 자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늘 경험이 부족하다고 여겨왔던 나 또한 자신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교수님께서 잠시 뜸을 들이시더니
“정답은 없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0.2퍼센트도 안되지 않을까 싶네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직업, 문화, 종교, 지역 등이 있나요. 그러고 보면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말은 그 사람의 일생을 알지 못하고는 할 수 없는 말인 거 같아요...”
마무리가 어떻게 지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교수님의 그 질문은 가끔씩 내 삶 속에서 불쑥 고개를 든다. 누군가 나를 힘들게 할 때,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상황을 맞닥드렸을 때도 그렇다. ‘그래,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이유가 있겠지...’하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중략... - 정현종 - 방문객 중에서
시인의 말처럼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 하루에도 수없이 우리 곁을 지나간다. 어디 사람뿐이겠는가. 풀 한포기, 허름한 집 한 채에도 그들만의 지나온 역사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나의 경험 그리고 이해의 폭. 이젠 0.00001퍼센트도 못되는 것 같다. 항상 겸손하게 다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