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일상에 물음표 ?

원돈스님 - 흥부네 책놀이터

주간시흥 | 기사입력 2016/05/09 [14:57]
주간시흥 기사입력  2016/05/09 [14:57]
익숙한 일상에 물음표 ?
원돈스님 - 흥부네 책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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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 닮고 싶은 사람은 늘 가슴으로 생각하고 그 이름을 자주 불러보게 된다. 불교에서 수행법 중에 염불(念佛)수행은 불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수행이다. 석가모니불정근, 관음정근, 지장정근 등이 염불수행의 대표 격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평생을 절에 다니며 매일매일 관음정근(관세음보살님의 자비를 생각하면서 입으로도 소리 내어 부름)을 1만 번씩 하는 노보살 이야기다. 하루는 염불을 하는데 이웃에 사는 아저씨가 노보살을 불렀다.

 

“할머니~~” 노보살은 못들은 체하며 큰소리로 염불을 했다. 옆집 아저씨도 좀 더 큰 소리로 “할머니~~”하고 불렀다. 대답은 하지 않고 좀 더 큰 소리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옆집 아저씨가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할머니!!!”하고 불렀다. 노보살은 손에 쥔 염주를 내던지고 문을 박차고 나와서 “아저씨, 내가 염불하는 소리 안 들려요? 왜 자꾸 부르는 거에요?” 하며 화를 내신다. 옆집아저씨 하는 말 “고작 세 번 밖에 안 불렀는데 화를 내시네요. 할머니가 하루에 만 번이나 부르는 부처님은 얼마나 화가 나셨을까요?”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무엇으로 ‘꽝’하고 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염불했던가. 지금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가. 입으로만 부처님을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양으로만 스님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간으로, 횟수로 차곡차곡 계산해서 저 노보살처럼 어떤 수행을 얼마동안 했다는 자랑도 은근히 했었다. 수행을 통한 변화는 자연스레 들어나는 것일진대 돌이켜 보면 부끄러운 일이다.


 수행(修行), 닦(修)는 행위(行)를 안에서 그칠 것인가 아니면 닦아(修)서 밖으로 행(行)할 것인가. 혹자는 그 것을 순차적으로 보고 안으로 닦아 무르익은 후에 밖으로 회향하고자 하는 이도 있다. 이는 좀 더 부자가 된 후에 자선을 베풀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남들은 대단한 수행으로 봐주지만 나에게는 익숙한 일상에 물음표를 던져본다. 수행력이든 돈이든 위로 쌓아두기 보다는 곁으로 펼쳐서, 나를 넘어 우리에게 회향하는 삶을 사는 것으로 물음표에 답해야겠다. 곧 초파일이다. 부처님 오신 뜻을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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