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4월이다

주간시흥 | 기사입력 2016/04/15 [13:55]
주간시흥 기사입력  2016/04/15 [13:55]
아픈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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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시흥   원돈스님 : 흥부네 책놀이터

 벌써 2년 전 4월 어느 날.

 

오전에 절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운전을 하고 학교에 가는 길. 볕 좋은 나른한 봄날이었다.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은 늘 졸음과 싸워야했기에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듣는다. 음악이 나오다가 갑자기 뉴스속보를 알린다. 세월호, 수학여행, 단원고, 침몰,... 전원구조라는 단어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로 흘러 나왔다. 무슨 일일까. 자세히 들어보니 ‘안산에 단원고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던 길에 배가 침몰 되었는데 다행히 무사하다는 얘기’였다. 라디오에서는 음악이 다시 이어지고 나는 잠시 동안 걱정스러웠던 마음을 쓸어내리며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저녁에 들려오는 뉴스는 전혀 다른 소식으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말들이다. 구조를 했다는 건지, 아이들이 살아있기는 한 건지, 그 큰 배가 왜 곤두박질쳐져 있는 건지... 확실한 내용은 없고 이런저런 가능성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 되고 있었다. 갑갑하고 먹먹했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고 있는데 우리 절 신도님 아들이 단원고 학생이라는 연락이 왔다. 아무것도 해줄게 없지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서 상준이 엄마 손이라도 잡아줘야 하겠기에 그길로 진도로 내려갔다. 그렇게 진도로, 장례식장으로, 추모공원으로, 광화문으로 세월호의 슬픔에 뒤섞여서 나도 몇 달을 헤매며 보냈다.


많이 슬퍼했고, 또 많이 원망도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무엇을 슬퍼함인가? 누구를 원망하는가? 나는 무엇을 했나? 내 안에 이어지는 질문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더는 미루지 말아야 했다. 내가 세속에 살았더라면, 출가를 안했더라면 내 아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른으로서 할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 책을 맘껏 볼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어설프지만 그렇게 참고서도 안내서도 없는 책놀이터라는 것을 시작했다.


지난해 시월부터 단원고 2학년 3반 지현이 엄마가 흥부네 책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위해 아침 준비를 같이 하신다. 지현이에게 못다해준 맛있는 아침을 해주고픈 마음으로...


그렇게 아픈 4월이 희망의 씨앗이 되어 흥부네 책놀이터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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