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는 오지마을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가난한 살림에 엄마가 병원에 누워 계실 때는 의사가 되고 싶더니, 머리 위로 하얀 비행기가 지나갈 때면 멀리멀리 여행도 하고 싶은 다양한 꿈이 있었다.
지나고 보니 오지마을은 아니지만 야학선생님도 해봤고, 비행기 타고 지구 반대편에도 가봤다. 마음에 상처를 안고 오는 이들에게 부족하지만 상담도 해주고 있으니 어릴 적 꿈에서 아주 멀어진 삶은 아닌 듯싶다.
그런데 뜬금없이 스님이 되었다. 나이 드신 분들이 흔히 생각하는 실연의 아픔도 없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나 사건도 없이 말이다. 가난이 싫었고 대학에 가고 싶었던 게 이유라면 이유일까. 중학교 1학년이던 나에겐 비구니스님이 멋져 보였고 부족한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줄 희망처럼 보였나보다. 스님은 대머리인데도 왜 예뻐요?
스님은 B형인데 성격이 왜 안 나빠요?
이 옷 말고 다른 옷 입으면 안 돼요?
지금 흥부네 책놀이터 아이들에게 나는 내가 어렸을 때 본 그 멋진 스님은 아닌 것 같다. 이제는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 비밀친구처럼 문득문득 자신들의 상처를 내보인다. 지금도 좋다. 아이들이 손 내밀면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고 싶다.
흥부네 책놀이터 원돈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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