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09/07/2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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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빨리 일어나라. 늦었다"

느긋하신 아버지 말씀에 부랴부랴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웬일인지 책가방은 마루에 턱 올려져 들기 좋게 되어 있다.

초등 3학년 2학기 가을하늘이 예쁘기도 하다.

해가 뜬지 얼마 안 되었는지 아름답다는 생각과

학교에 늦어서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뿐.

마을 어귀를 돌 무렵 소를 몰고 쟁기를 지게에 지고 걸어오시는 옆집아저씨를 만났다.

"어디 가니?"

"예 학교가유"

"이눔아 뭐라구? 일루와 봐"

학교에 늦어 허겁지겁 달리는 듯 걷고 있는 발걸음을 세우셨다.

"아저씨 일끝내고 오는 거 안보이냐 지금 저녁때여"

띵 ~ ~ ~

낮잠을 자다가 아버지께 보기 좋게 당했다.

해가 지려는 여명이 부스스 깬 나에게는 해가 막 뜬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씩씩거리며 아버지께 달려가 투정부려보았지만 껄껄 웃으신다.

울 아버지가 동네에서 가장 잘생기셨고 젤 유식하셨다고 난 지금도 믿고 있다.

면서기 8년에 동네이장을 5년이나 보셨다.

동네에서 새집을 지어놓고는 상낭식이 있으면 울 아버지를 모시러 아침나절에 그 집 애가 우리 집으로 찾아오곤 했었다.

아버지를 따라서 그 집에 가서는 왠지 내 어깨가 으쓱해져서 내려다본다.

알 수 없는 한문으로 쫘 악 써내려 가면 어르신들이 그것을 들어서

대청마루 정 중간에 끼워 넣으셨다.

5학년 2학기 말 무렵 그렇게 좋으신 선친께서는 이렇다 저렇다 한 말씀 안 남겨 놓으시고 고혈압으로 쓰러지셔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세상으로 떠나시고 말았다.

그 전날에도 막내아들이 과일을 워낙 좋아하니 비료 푸대 가득 토마토를 사오셨다.

철없는 막내아들 눈에 시려서 어찌 눈을 감으셨을꼬.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명이 좋은날이면 선친께 보기 좋게 당했던 기억에 비시시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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