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09/11/24 [12:53]
두 바퀴로 여는 제주
몸치 아줌마의 제주도 하이킹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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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박 5일간의 제주도 하이킹 도전에 나선 오안나 시민기자(왼쪽) 와 부군    © 주간시흥
드디어 떠났다.
계획은 잡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행에 옮기게 되리라고는 사실 나 자신도 기대하지 않았다.
4학년 몸치 아줌마가 4~5일 동안 자전거를 탈 체력은 되는지,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나 하는 수준에 제주도 일주라니 가당치도 않기에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기 좋게 떠났고 꽤 즐거운 자전거 하이킹을 하고 돌아왔다.
그러므로 자신이 없어 미루는 모든 사람은 누구나 가능하다. 왜냐하면 나도 해냈기에…….
10월 6일 낮12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신혼여행이후 제주도는 처음이니 얼마나 기대되고 설레던지 게다가 자전거 일주라는 제목을 달았으니 왠지 내 자신이 근사해보이고 제법 여행가다운 느낌이 든다. 한 시간여의 비행 후에 미리 예약해 둔 J하이킹의 픽업차량을 타고  이동하여 4박5일 동안 우리의 다리가 되어줄 나의 파란 자전거와 남편의 빨간 자전거를 만났다.
오후 3시10분 드디어 두 바퀴로 길로 나섰다. 푸른 바다가 하얀 파도를 보이며 내게 달려든다. 와~ 5일 동안 저 바다를 지치도록 보겠구나 싶으니 미리부터 행복해진다.

4박 5일 동안 해안도로와 1132일주도로를 오가며 총220㎞의 길을 자전거로 돌았다.
첫날은 한림까지 총35㎞를 달렸고, 둘째 날엔 중문까지 57㎞, 셋째 날엔 우여곡절 끝에 남원까지 38㎞, 넷째 날엔 함덕까지 78㎞, 도중에 우도(牛島)를 다녀왔으며 돌아오는 비행기 시간(오후2시) 때문에 넷째 날엔 픽업도 살짝 이용했음을 밝혀둔다. 마지막 날엔 함덕에서 출발지인 J하이킹까지 20㎞, 총거리는 우도 포함 220㎞를 달렸으나 관광을 위해 여기저기를 다닌 것 까지 합하면 실제 거리는 그보다 훨씬 넘을 것이다.
 
제주도 해안도로가 잘 되어있다는 말만 믿고 시작한 하이킹이었으나 막상 와보니 구간 구간은  끊겨있어 위험한 차도를 달리기도 하고 자전거도로에 미역등 해산물들이 자리하고 있어 차도로 피해야하는 등 상상했던 것과는 차이가 많았다. 게다가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섬이다 보니 해안도로에서 조금만 들어가게 되더라도 오르막길 내리막길의 반복이 심해진다. 외돌개를 갔다가 천지연폭포쪽으로 오는 길에선 급커브 급경사로 인해 내리막길에서조차 자전거를 끌고 왔을 정도다. 해안도로만을 달리라고 하면 얼마든지 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해안도로가 군데군데 끊겨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안타까웠다.

제주도는 지금 한창 올레 꾼으로 넘쳐난다. 혼자서 오는 사람부터 패키지여행 중간에 하루정도는 올레코스가 들어있기도 하고 또 외국인들도 넘쳐나고 있었다. ‘해안도로를 완공시키지 못한 게 올레길 때문일까?’ 아쉬운 마음에 괜스레 주제넘은 생각까지 한번 해보게 된다.
4박5일에 우도까지 일정에 넣었더니 무척 빠듯하다. 3박4일 일정에 좀 더 느긋하고자 하루를 연장했는데 느긋하기는커녕 자전거만을 위한 여행으로 전락할 위험이 다분하다. 게다가 야간엔 가로등시설이 전무하여 무조건 멈춰야 한다.  6시30분 일몰전후로 숙소에 도착해야하니 느긋하게 자전거로 돌며 관광까지 겸하기로 한 일정은 일정일 뿐이다.

자전거 하이킹족은 대부분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여 일몰전후로 끝내는 게 원칙인데 우리는 빠른 게 오전 8시 대부분은 9시부터 시작했으니 일정 탓만 할 것도 아니다. 게다가 둘째 날엔 지도를 보고 거리 단축을 해보겠노라 들어선 길이 너무 험한 오르막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러다 한라산까지 오르게 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오른쪽 무릎은 시큰거려 페달을 밟을 수조차 없고, 온통 깜깜한데 야간주행장비 하나 없이 도로에 서고 말았다. 계획은 중문을 지나 서귀포까지 가려 했는데  중문까지도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게 되었다. 허리쌕에 든 지도는 어느새 나달나달 해져 가운데는 구멍이 보이고 도로의 이정표는 어찌나 쳐다보고 달렸더니 제주도가 손바닥 안으로 다 들어온 느낌이다. 혹시나 다시 제주도를 찾게 된다면 꽤나 아는 척하게 될 것 같다.

넷째 날 성산일출봉을 들러 우도행배에 자전거와 함께 몸을 실었다. 다음날 비행기 시간 때문에 함덕까지는 가야하는 실정이다. 우도를 포기하면 적당한 일정인데 우도만큼은 꼭 가고 싶은 곳이기에 무리를 해서 들어가 보았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스쿠터다.

아주 오래전 딱 한번 타보았다는 남편의 감각만을 믿고 스쿠터 뒷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내가 왜 자전거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물밀듯이 들었다. 편안한 안장 덕분에 도로에 턱도 겁나지 않았고 오르막길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아마도 처음부터 이 맛을 보았다면 언감생심 자전거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우도 한바퀴 14㎞는 스쿠터로 휙 돌고, 132m의 우도봉 역시 올라서서 주변을 한번 내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우도에서 나온 후엔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다. 함덕의 민박집에 픽업 부탁을 해놓았으나 가는데 까지는 가보기로 한다. 해저물때까지 해안도로를 달리고 달리고…….
 
마지막 날 느긋하게 시내길과 해안로를 달려 오후 12시40분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V자를 그리며 함박 웃는 포즈로 완주 기념사진을 찍고 즉석에서 만들어준 완주증을 손에 넣었다. 업체에서 상술의 하나로 제작해 주는 것이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소중한 것 중의 하나가 되었다. 거실 탁자위에 떡하니 놓인 두 개의 완주증을 보고 있노라면  4박5일의 행복했던 그리고 힘들었던 모든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제주의 그 푸른 바다와 그에 어울리는 갈대 그리고 검은 현무암이 보이는가하면 파도소리 바람소리까지 들리는듯하다. 때로는 남편의 듬직한 등도 보이고 뒤에서 바라봐주는 남편의 따뜻한 시선까지 느껴진다.

자전거의 기어도 제대로 만질 줄 모르던  몸치아줌마의 용감한 제주 하이킹은 이처럼 제법 재밌고 무엇보다 무사히 마쳤다.
누군가 제주도 하이킹을 하고자 한다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대신 두 엄지를 하늘 끝까지 추켜올려 줄 요량이다.


 

오안나시민기자 ohanna4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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