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연로하신 친정엄마는 애가닳는다.
당신 몸은 예전과 같지 않은데도 7남매 김장은 손수 해주고 싶어 사서 고생을 하신다.
관절염으로 다리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면서도 의자에 앉아 막내딸보다도 더 총총한 기억력과 여태껏 해 온 감(感)으로 김장하는 것을 진두지휘하신다.
며느리도 딸도 입으로는 다 알아서 할 텐데 하지만 결국 알아서 하지 못하리란 걸 아신 탓일 게다 3년 전부터 동네어르신들과 해치우던 김장을 자꾸 우리보고 와서 보라 한다.
앞으로 몇 번이나 해줄 수 있을까를 헤아려 보는듯해 “잘 보고 이렇게 하면 돼”라는 그 말씀엔 늘 마음이 아려온다.
올 해도 어김없이 엄마표 김치를 바리바리 챙겨왔다.
김치냉장고를 채우고 나니 마음까지 채워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한포기 한포기 꺼내 먹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질것 같다.
내게 있어 엄마의 김장은 사랑이면서도 아픔이다.
부디 오래오래 사세요.
/글ㆍ사진 오안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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