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길을 걷다가 느껴지는 쌀쌀한 기운에 '어 벌써 추워졌네' 소리가 나온다. 순간 민망하다 '덥다 더워'를 말하던 그 입술로 춥다는 말을 하기가 너무 간사한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듯해 혼잣말을 하고서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저녁 민소매 잠옷이 왠지 썰렁해 보여 긴팔 잠옷을 찾다가 순간 멈칫해진다. 더위로 인해 밤새 뒤척이던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밤마다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또 다른 걱정을 하고 있는 내가 우습다. 그러나 어쩌랴 이게 인생인 것을 비온 후 하늘은 저리도 맑고 깨끗하다.
글 / 사진 오안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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