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식
편집위원장 김용일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벨리의 고요한 밤하늘에 한국 음식 맛을 극찬하는 형용사들이 울려 퍼졌다. 나파벨리는 미국의 최고급 와인과 고품격 식문화가 응집돼 있는 곳으로 미국 식문화를 전도하는 이 지역 유지들을 초대해 선보인 한식 밥상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판타스틱(fantastic:황홀한)’‘고저스(gorgeous:찬란한)’‘어메이징(amazing:놀랄만한)’‘버스팅(bursting:터질 것 같은)라는 표현으로 나타냈다. 이들이 놀란 것은 한식이 맛뿐만 아니라 멋과 건강식으로도 훌륭하다는 것을 알고 난 뒤이다. 이는 우리의 한식이 미국인들에게도 인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음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한식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 정작 대한민국에서는 우리들의 음식이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아이들은 김치와 된장찌개를 점차 멀리하고 피자나 치킨, 햄버거 등에 친숙해져가고 있다. 사람의 입맛은 10세 전후에 결정이 난다고 한다. 그렇기에 나중에 자라서 결혼을 한 뒤에 부인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해주어도 어머니가 해준 음식만 못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평생의 음식 맛을 좌우할 어린 시절에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우리의 음식을 외면하고 간편하고 기름진 음식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 이는 가정의 건강과 음식을 책임지고 있는 엄마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물론 요즈음의 부모들은 맞벌이를 하느라 전업주부들에 비해 가사에 활용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없다고 해도 가족의 건강과 평생가는 입맛을 생각한다면 간편하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보다는 정성이 들어간 음식으로 밥상을 차려 가족이 모여 앉아 오순도순 얘기하며 식사를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즈음은 학교급식이 보편화되어 있어 집에서 먹어보지 못한 다양한 음식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들의 한식문화는 우리들이 가꾸고 지켜나가지 않으면 점차 세계화의 물결속이 사장되어 한복이 명절에만 입는 옷으로 전락되었듯이 한식도 명절에만 먹는 음식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현실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놓아도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먹기도 쉽지가 않다.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한자리에도 모이기도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아침이라도 한자리에 모여 먹는 습관을 들인다든가 그것도 어려우면 주말만이라도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밥이라도 같이 먹을 수 있는 식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92호 기사 2007.11.05 16: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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