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福)과 장수(壽)를 뜻한다 해서 복수초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다. 이른 봄.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언 땅을 비집고 나오는 놀라운 생명력을 지닌 우리의 들꽃이다.
복수초의 꽃잎은 널찍하게 펼치고 가장자리에서 살짝 오므라들었는데 이를 보고 옛 사람들은 황금 술잔을 떠올려 황금 잔이라는 뜻의 측금잔화(側金盞花)라는 이름도 있다. 이른 봄 눈 속에서 피는 꽃이라고 해서, 얼음새꽃 이라고도 하고 눈 속의 연꽃처럼 피어난다 해서 설연(雪蓮)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이름이 주는 어감이 거북하다 하여 수복초 라고도 불린다. 옥구공원이 처음 조성이 되면서 복수초 또한 여러 야생화들 틈에 선발이 되어 심어졌다. 그러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몇 해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곳에 있어도 모르고 지나간 걸까? 2006년쯤 3월 옥구공원을 모니터링 하던 중에 복수초를 발견하였다. 눈은 비록 없었지만 초록색 잎들 사이로 노란 꽃잎을 펼쳐낸 복수초를 만났을 때 참 장하고 대견스러웠다.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은 이른 봄에 이렇게 서둘러 꽃을 피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높이 자란 나무들이 아직 잎을 내지 않아 봄 볕이 그대로 쏟아지는 봄의 숲 속은 이 작은 풀들에게 아주 유리한 시기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전략은 키를 키우는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다른 경쟁자들이 출현하기 전에 빨리 꽃을 피우고 결실까지 끝내버리는 것이다.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꽃을 피워내기 때문에 복수초의 노란 꽃잎은 그 안에 꽃잎보다 더 화사한 꽃술에 찾아올 손님을 위해 최대한 봄볕을 모아 눈을 녹인다. 그리고 꽃 안을 따스하게 데워놓고 님을 기다린다. 해 뜨면서부터 복수초는 서서히 꽃봉오리를 열지만, 꽃잎을 활짝 열려면 햇살이 완전히 따스해지는 오전 11시경은 돼야 한다. 그리고 해의 위치에 따라 꽃잎의 위치를 살짝 살짝 바꾼다.
이른 봄 피어나는 꽃들은 향기가 그다지 진하지 않다. 꽃향기를 맡고 찾아올 곤충 또한 많지 않아 굳이 에너지를 그쪽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전략 또한 대단한 진화의 과정을 걸쳐 만들어낸 고도의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박미영 시민기자 ami98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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