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하던 리폼을 창업으로 연결해 12일 ‘비비컨츄리’(정왕동 소재)라는 공방을 함께 연 주부들이 있다.
각각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아이의 엄마인 김남순(36)씨와 5살, 8살의 아이를 키우는 김경아(34)씨가 그 주인공.
김남순씨와 김경아씨는 한 아파트에서 이웃사촌으로 만난사이.
평소 알뜰하기로 소문난 이들은 버려진 나무판자를 재활용해서 리폼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고나면, 아파트 베란다에서 주워온 판자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집안을 단장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살았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3년 전.
같은 아파트 같은 동 10층과 6층에 각각 살고 있던 이들은 우연히 이웃들의 입소문을 통해 서로 같은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 만났을 때 둘은 너무나 기뻤단다. 서로의 부족한 면을 함께 보안해 나갈 수 있는 상대의 내공(?)을 단숨에 눈치 챈 것이다.
“처음 남순 언니 집에 갔을 때, 집안이 온통 동화 속처럼 꾸며져 있어서 놀라웠어요. 감탄사만 나왔죠.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저도 언니처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 경아씨는 아이디어 뱅크예요. 어찌나 놀라운 아이디어가 많은지 저는 그런 점이 너무 부러웠어요.” 이들은 운명처럼 환상의 짝궁이 되어, 틈만 나면 함께 재활용 할 재료들을 찾아다니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매일 리폼하는 재미에 빠져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턴가 이들의 숨은 재주는 금새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이웃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게 되었고, 급기야 평소 친한 사람들은 재료비를 주며 이러이러한 모양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기 시작했다.
2년 정도 집에서 밤낮으로 만든 작은 소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맨 처음 ‘나비장’을 만들어 자신의 놀라운 재주에 만족하고 있던 김남순 씨는 “처음 이웃에 사는 분들이 만들어 놓은 걸 보시고 똑같이 만들어 달라며, 재료비를 주실 때는 재미로 하던 것이라 쑥스러웠어요. 하지만 내가 만든 것을 이웃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어요”.
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았다. 남편들은 남들이 버린 물건을 주워 다 베란다에 쌓아놓고 자나깨나 리폼에만 빠져 사는 아내들이 못마땅했던 것. 그러나 아무리 남편이 잔소리와 핀잔을 해도 이들의 리폼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집안도 어지럽히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는 게 소원이었어요”
그래서 둘은 알뜰살림의 고수들답게 꾸준히 자금도 모으고, 자격증도 취득해 드디어 자신들 만의 작업실을 갖게 되었다.
“아직도 꿈만 같아요. 이제 이곳에서 리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작업도 하고 행복도 찾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요.” 하며 해맑게 웃는다.
둘은 마음이 바쁘다. 주부들을 위한 강좌를 마련하는가 하면, 방학에는 아이들을 위한 강좌도 준비할 예정이란다.
아이들도 키우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도 척척 해나가는 ‘슈퍼줌마“ 두 사람의 행복 바이러스가 ‘비비컨츄리’에서 매일 만들어지고 있다.
문의 : 031) 404-5552
박경빈 기자 thejug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