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09/10/13 [12:48]
혜성처럼 나타난 왼손잡이 복서, 꿈을 향해 강펀치
체중감량위해 운동 시작해 선수로 발탁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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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부산에서 열린 제 41회 전국아마추어복싱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손혜성군(시화공고)을 만나기 위해 그가 연습하는 상무체육관을 찾아갔다.

솜털이 보송보송난 여린 얼굴의 손 군은 우승자 답지 않게 겸손했다.
“실제 경기에 나가 겨뤄보니 상대방 선수의 실력이 정말 만만치 않았어요. 판정승으로 이기긴 했지만, 아쉬움도 남고 다음번엔 좀 더 확실하게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고등부 91㎏급 결승전에서 신성현(울산공고)을 몰아붙이며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10대 3 이라는 판정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사실 100㎏에 육박하는 몸무게를 줄여보려는 생각으로 체육관을 찾았단다.
“혜성이를 처음 봤을 때 운동을 하기엔 부담스러운 몸을 가져서 우선 체중을 줄여야 겠다는 생각으로 훈련했습니다” 체육관의 관장인 송광식코치는 육중한 손 군을 처음 보고 권투를 가르치기 보다는 체중을 줄일 생각을 먼저했다.

180m 큰 키의 손 군은 처음엔 체육관에서의 훈련이 재미있기만 했다.
여느 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게임을 즐기던 손 군은 난생처음 몸을 움직여 운동하는 것의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체육관을 다닌 지 2개월쯤 고비가 찾아 왔다.
“처음엔 재밌던 운동이 차츰 어려운 기술을 배워야 하다 보니 힘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이를 눈치 챈 코치는 동기부여를 위해 손 군을 경기도 신인 선수권 대회에 내 보냈다.

보기보다 빠른 스피드와 유연성, 나름 경기를 풀어나가는 재치를 보면서 코치는 “처음 경기할 때 보니 가능성이 많아 보였다. 2달 전의 나약한 혜성이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날렵하고 재능 있는 왼손잡이 선수가 보였다”고 했다. 
손 군은 왼손잡이다.
선수들은 대부분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에 왼손잡이 선수의 훈련은 힘들어도 실제경기에서는 유리하다.
하루 세 차례 총 7시간의 운동시간을 매일 쉬지 않고 이겨냈다. 새벽운동부터 밤까지의 운동시간은 결코 쉽지 않은 인고의 시간이 됐다.
 
운동을 시작한지 7개월 남짓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손 군은 3번의 경기를 치르고 그때마다 좋은 성적을 냈다.
“여름을 견디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죠. 그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운 건 다름 아닌 상대방 선수들의 기량이었어요. 너무나도 훌륭한 기술을 연마한 상대선수의 펀치를 맞으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 오기도 생기죠. 어떨 때는 손끝하나 대어보지도 못하고 맞기만 하고 끝난 경기도 있었어요. 그럴 때 나도 모르게 ‘다음번 경기에서 만나면 꼭 이기고 말테다’ 마음 속으로 결심하곤 했어요”
귀엽고 순한 아기곰 같은 인상 뒤엔 나름 굳은 결의가 빛났다.

처음 운동선수가 되려고 하자 부모님들은 반대하셨단다. 그냥 체중이나 줄이고 건강이나 유지하라며, 그러나 끈기 있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시며 요즘은 내놓고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다.

손 군의 계획은 야무지다. 우선 내년에 있을 전국체전 선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고 졸업 후엔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는 게 최종목표이다.
시화공고(교장 구태희)는 손 군과 같은 선수들을 길러내기 위해 내년에 복싱체육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요즘은 공부도 체력이 필요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은 정신이 맑아지는 효과가 있는데도 부모님들은 아직도 권투라면, 좋지 않은 인식으로 봐라보는데 재능만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 대학의 특기생으로 진학할 수도 있다”며 한동희 감독은 말했다. 

권투선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하라니 “약한 각오로 하지마라 시간낭비다”라며 거침없는 선방을 날린다.
손 군처럼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이 발굴되어지기 위해서는 권투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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