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마을에 활기가 넘친다. 꽃게잡이에 이어 가을 전어와 새우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선창에 즐비한 어선들로부터 싱싱한 어획물을 받아 차린 난전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중 유난히 앳된 모습의 장사꾼이 눈에 띈다. 비록 헐렁한 바지에 장화를 신고는 있지만 젊고 예쁜 얼굴은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그런 젊은 처자가 한 둘이 아니다. 이들은 누구일까. 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한 지난 주. 오이도 어촌계 사무실에서 오이도로 시집온 미녀 3인방을 만났다. 충남 서산의 이경아씨(28), 서울 출신 전명애씨(30), 중국 심양에서 온 한영녀씨(34)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 모두는 남편에게 반해 오이도로 시집왔다. “시댁이 오이도 라고 해서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었어요.” 도심에서 자란 전명애씨는 임신8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여전히 선착장에서 시부모님을 도와 일을 하고 있다. “힘들지 않냐” 고 묻자 옆에 있던 이경아씨는 “저는 애기 가지고 낳는 날까지도 갯일도 하고 장사도 했는데요, 오히려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병날 것 같아요.”하며 웃는다. 모두 앳된 얼굴이지만 억척스런 내공의 소유자들이다. 바닷가로 시집와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냐 묻자 “이곳 생활은 봄에서 가을까지 생활은 문제가 없지만 겨울엔 좀 힘들어요. 벌이도 없고, 바닷바람은 너무 추워요.” 올해로 결혼 6년차인 이씨는 말한다. 그녀 말에 의하면 시집와서 1년쯤 되던 2005년도에 해일이 일어나 배가 뒤집어져 부서 진 일이 일어났을 때가 가장 암담했고, 빚을 내서 생계를 꾸려 나갈 배를 마련하느라 몇 년간은 정말 힘들게 살았단다. 전명애씨는 올 5월에 결혼한 새댁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탓인지 이곳 오이도가 공기도 좋고 꽃게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한다. 그녀는 시할머니와 시부모님에 시누이까지 대식구가 한 건물에 산다. 모두들 딸처럼 잘해주시지만 너무 자주 방문해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단다. 아직 신혼이라 둘만 있고 싶을 때가 많다는 그녀.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며 수줍게 웃고 있는 한영녀씨는 고향에 있던 오빠와 언니, 동생들을 남편이 초청해서 모두 독립해서 잘 살고 있는 게 고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돈을 벌려고 이곳 오이도에 왔다가 남편 이어용씨(34)를 만나 지난 2006년에 결혼했다. 임신했을 때 남편은 늦게 들어오고,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아 절로 고향생각에 많이 울었다. 올 6월에 그녀는 고향에 다녀왔다. 시부모님과 남편의 배려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는 아기의 재롱을 보면 너무 행복해서 꿈만 같다고 한다. 이들 세 사람이 한목소리로 원하는 게 있다. “오이도에 목욕탕과 어린이 도서관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벌써부터 오이도에 새바람이 불어온다. 박경빈기자 thejug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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