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인 가구의 소득분포(2018년, 통계청)를 살펴보면 소득이 3천만 원 미만인 장애인 가구는 52%로 절반이 조금 넘었으며 1천만 원 이하인 가구도 16%에 달한다.
즉 치료나 재활비용이 많이 드는 장애인 가구에는 턱없이 부족한 경제 실정이다.
또한 장애인 평균 고용률(2019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노동부)은 50%로 이중 장애유형별 고용률을 살펴보면 지체장애인 65%, 시각장애인 64.1%, 발달장애인은 27.7%로 발달장애인이 가장 낮은 고용률을 나타냈다. 즉 발달장애인 10명 중 7명은 생계 활동이 없어 돌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발달장애인이 학교를 졸업하고 갈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쉽지 않은 길을 20여 년 꾸준히 걸어오고 있는 시흥시 장애인 부모회 산증인이 바로 누리봄장애인보호작업장 정두분 시설장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정왕동에 위치한 누리봄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들의 사회적응을 위한길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정두분 시설장을 시설에서 만났다.
정두분 시설장은 아들이 병명도 나오지 않는 중도 희귀병으로 장애를 가지기 전까지는 이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단다.
학교에 특수학급이 형편없이 모자라 학생들이 갈 곳이 없고,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장애 차별을 없애고자 2005년도 장애인 부모들이 연대해 ‘새누리장애인부모연대’를 조직하고 2대 회장을 맡아 장애아동들이 살아가야 하는 길을 닦아온 산파 역할을 맡아 시작했다.
정두분 시설장은 장애아동 관련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까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만큼 성과도 많았다고 전한다.
그 후 자원봉사단체인 수수꽃다리를 조직하고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또 하나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수수꽃다리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회원의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면서 너무 폭력적으로 변해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정두분 시설장은 “사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는 10%도 안 되지요. 외상으로 인해 장애를 얻는 아이가 굉장히 많습니다. 발달장애의 특성상 한가지 행동이 소거되면 몇 달 후 또 다른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부모들도 장애아동을 케어하는데 무척 힘들어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특히 “자폐을 가진 아이는 시계처럼 반복되는 일상으로 생활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그 리듬이 깨지게 되면 폭력적으로 변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버린다.”라며 케어에 어려움도 함께 전한다.
정두분 시설장은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어 하는 회원을 보면서 당시 수수꽃다리 김민수 소장과 함께 힘을 합쳐 사무실을 얻고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와 ‘직업자활센터’를 설립하게 된다. 정두분 센터장은 그동안 장애 관련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 7~8년을 올인 했다.
그러다 주간보호시설을 설립하고 시설 현장에 직접 들어가 주간보호센터와 직업자활센터 모두 운영하게 된다.
주간보호센터는 어떻게든 몸으로 운영한다고 쳐도 직업자활센터는 매출이 만들어지고 임금이 지급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매출을 올릴 수가 쉽지 않아서 그게 너무 힘들었다고 전한다.그래서 주간보호센터를 내려놓고 직업자활센터만 누리봄직업협동조합으로 연계해 맡게 됐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하다.
2016년 당시 시흥시에서는 협동조합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그때 시에 각 동마다 직업훈련시설을 만들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당시 획기적으로 시흥시에서 조례를 만들어 직업자활센터 4곳을 만들고 시비 100%를 지원했다. 프로그램 진행비용과 간식비까지 지원되다 보니 너무나 감사한 일이고 아이들에게도 환상적이었다고 전한다.
또한 정두분 시설장은 “그 당시 프로그램만 진행하는 것보다는 토요일, 일요일을 발달장애 친구들과 선유도나 덕유산 등 외부로 나가 많이 체험하게 해주었어요. 그 활동으로 자존감도 높아지고 회복지수가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라고 그때의 상황들을 설명한다.
이곳 누리봄장애인보호작업장은 2021년 1월1일부터 누리봄장애인보호작업장으로 전환하고 시설장1인, 직원 2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발달장애인 10명이 활동 보조인들과 함께 직접 일하고 식사도 함께하며 생활하고 있다.
물론 가장 어려운 점은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보니 월급을 마련해야 하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은 다른 곳에서 파견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쉽지 않다.
그래서 새로 개발한 누룽지가 많이 알려지고 팔려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또 하나는 주위가 조용한 학원가이고 병원 입원실이 있다 보니 일하는데 있어 민원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다. 다행히 이해를 해줘 함께 계속할 수 있어 이 또한 감사한 마음이라 전한다.
장애를 떠나 누군가를 막론하고 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올해 들어 더욱 절실해졌다.
장애 아이들이 일을 하게 되면서 자존감도 더 높아지고 일을 통해 장애의 특성까지 변하는 모습에 매번 놀란다.
손에 힘이 없어 전동드릴도 못 쥐던 친구가 1~2년이 지난 지금은 누구보다도 일을 잘하고 있다.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집에서 아령으로 손힘을 기르는 친구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까지 더 해서 말이다.
“지금까지 7년 차 정도인데 경험으로 느끼기에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일할 때만큼은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봐요. 누구에게나 일이 필요하듯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정말 필요 하더라구요.”라며 누리봄장애인보호작업장 정두분 시설장은 그녀가 이렇게 발달장애인들의 버팀목으로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주간시흥=박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