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으로 실력을 닦고 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청각장애인 정선호(25)씨.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고, 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끝없는 연습으로 정상에 섰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다시 또 다른 꿈을 향해 날아오르는 연습을 쉼 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벚꽃이 흐드러진 봄밤 정왕동 체육공원에서 만난 그는 훤칠한 키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활기찬 20대 젊은이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최근 근황을 묻자 활짝 웃기부터 한다. 그는 청각장애인이다. 3살 때 홍역고열로 인해 청신경에 손실을 입어 청각장애인이 됐다. 듣지 못하는 그가 말을 잃어버리고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도 너무나 밝은 모습에 놀라웠다.
정씨가 5살 되던 해 듣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 김순님(47)씨는 만 4년 동안 서울삼성학교를 데리고 다녔다.
9살에 군자초등학교에 입학했다가 다시 정왕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정왕중학교, 서해고등학교, 경기공업대학교를 졸업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일반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받았다. 혼자 깨우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서해고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체육공원에 와서 배드민턴을 구경하다가 라켓을 들어본 게 처음이었다. 그때부터 배드민턴과의 인연이 시작되어 정왕클럽에 가입해 장재민 코치로부터 3년간 개인레슨을 받았다. 피나는 노력 끝에 1년에 한 번씩 급수도 차근차근 올렸다.
급수가 오르는 만큼 배드민턴에 쏟은 그의 열정도 빛나기 시작했다. 경기도 배드민턴 협회에서는 생활체육에서 단 시간에 A급수가 된 성공케이스라고 공인한다.
하루가 다르게 기량을 키워나간 정씨는 2007,2008년 전국체전 동메달에 이어 2009년 생활체육 경기도 연합회장기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뒤 드디어 태극기를 달고 2009년 9월 제21회 대만 타이베이 농아인 올림픽에서 당당히 단체전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그때를 회상하며 어머니 김순님씨는 “결승전을 보면서 난생처음 신께 기도했습니다. 이번 한번만 이기게 해달라고”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는지 결국 한국팀은 우승을 했고 한국대표단은 농아인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3위(금14, 은13, 동7)를 달성했다.
초밥을 좋아하고, 취미로 피규어를 수집하거나 조립하는 걸 즐기며 연예인 유재석씨를 좋아한다는 대한민국 20대 젊은이 정선호씨. 그의 하루일과는 헬스와 볼링, 배드민턴으로 빡빡하게 짜여 져 있다. 지금은 경기도 장애인 대표선수로 활약하면서 오는 5월9일 전국체전 선수선발대회를 위해 맹연습 중이다.
모범도 성공도 이뤄낸 아들 정선호씨에게 더 이상 바랄게 없다는 어머니 김순님씨는 말했다.
“지금처럼 건강하게만 지내고 늘 밝게 생활해 주기만을 바래요”
해마다 4월이면 장애인의 날이 돌아온다. 올해로 30회를 맞는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때, 포기하지 않을 때, 새로운 도전 앞에 더 이상 장애는 없다.
박경빈기자 thejugan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