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재생한의원. 한의학박사 오원교
생존전략(上)
유능한 심리치료자의 자질은 환자의 행동 패턴을 문제 자체로만 접근하는 데에 있지 않고,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수용과 긍휼의 시선으로 살아남은 환자에 대한 경외심과 감사하는 깊이에 달려√있다. 추악한 범죄자라 할지라도 심리치료자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중립적이 되어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일이며, 악을 합리화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논리로 접근해서 자세히 관찰하다√보면 가해자 역시 피해자이며, 그가 더 이상 상처_받지 않기 위해 생존전략으로서 가해자의 길을 선택해야만 했던 그의 사정을 들을 수 있다. 처음에는 살기 위해 조금씩 구사했던 생존전략이었지만, 가다√보니 돌이킬 수 없는 자기통제 불능의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 버린 것이다.
폭력은 폭력을 낳고 외상은 누룩처럼 전염성이 강하다. 미움과 분노, 복수극의 인생에 대한 연극 공연이 관계 속에서 대를 이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특정한 대인 관계 유형은 각자의 독특한 기질과 태아부터 성장기를 거쳐 성인이 되기까지 전 생애를 거쳐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형성된 것이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생존전략은 태아부터 성장기까지 어린 시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 세 가지 생존전략
예를 들어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면 아내와 자녀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온 집안을 공포로 몰아_넣는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다. 큰_아들은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릴 때면 아버지에게 대들고 항변하며 적극적으로 폭력을 막았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무서워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거나 집 밖으로 나가 버렸다. 막내아들은 아버지에게 애교를 부리며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면서 그 상황을 모면하는 생존전략을 구사하였다. 세 아들들은 각자의 생존전략을 사용해서 성공적인 생존 경험을 한다.
큰_아들은 아버지의 폭력을 완력으로 대항하며 장남으로서자신의 통제감과 권능감을 획득한다. 큰_아들은 커가면서 세상을 대처해 가려면 더 큰 힘과 권력이 필요하다고 믿으며 힘과 권력을 획득하는 것을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큰_아들은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욕구가 강해서 조종할 수 없는 대상이나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둘째 아들은 상황을 회피하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경험을 하였다. 회피는 아버지의 거절과 비난을 받을 위험도 줄이면서 자신만의 안정된 세상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생존전략이 되었다. 둘째는 세상 사람들은 자기를 도와주고 믿을만한 위인들이 못되며 혼자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자립심이 필요하다고 믿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둘째 아들은 타인의 평가나 간섭을 싫어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욕구가 강해지게 되었다.
셋째 아들은 생계를 책임지는 힘 있는 아버지 마음에 들도록 아버지의 욕구를 채워드리는 의존이야말로 자신과 가정을 평화롭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은 약하고 무능하지만 힘 있는 사람 옆에 있으면서 그의 마음에 들게 노력하며 안정감을 얻는 생존전략을 개발하였다. 이 과정에서 셋째 아들은 상대방에게 보호받고 용납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
극단적인 일례를 들었지만 세 아들의 각 생존전략은 꼭 한 사람에 하나씩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는 고압적인 자세로 부하를 지배하는 사장이 집에서는 아내나 자녀와의 관계에서 회피적인 성향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은 세 가지 유형 중에서 한 가지가 다른 유형들보다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회피 및 의존하는 반응은 순간적인 만족을 줄 수는 있어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다음 호에서는 균형잡힌 생존전략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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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척추관절 박사 오원교 원장이 들려주는 마음이야기(90)
교정재생한의원. 한의학박사 오원교
생존전략(中)
공격형, 회피형, 의존형의 생존전략이 극단적으로 한 쪽으로 기울면 오히려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상대방과의 관계만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관계의 악화는 더 극단적인 공격이나 회피의 반응을 야기하여 사고와 행동의 패턴으로 성격이 굳어진다.
대인관계에서 구사하는 생존전략 유형은 보통 타고난 기질과 부모나 양육자의 언행을 따라√하면서 학습하게 된다.
내향적이고 조용한 기질은 회피적인 반응을 더 선호하고,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은 공격적인 반응을 더 선호하게 된다. 학습은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_중에 부모와 관계를 맺으며 생존전략으로 흡수되기도 한다.
학습을 통해 신념이 뿌리를 내리고 특정한 행동 습관이 형성되고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으로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쿨리는 ‘거울자아’ 이론을 제시하였다. ‘거울자아’ 이론은 타인의 평가는 거울과 같아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봐 주는 것에 따라 나의 외모, 태도, 행위, 성격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힘들게 공부를 하다가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잠깐 재미있는 만화영화를 봤다. 엄마는 하필 그때 아이에게 “너는 허구한 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TV만 보냐”고 꾸짖었다. 엄마의 ‘우리 아이는 맨날 TV만 보는 아이’라고 단정 짓는 대화의 패턴은 계속 반복되었다. 그러면 아이는 그걸 고치는 게 아니라 자기를 봐라봐 주는 대로 이제는 힘들게 공부할 생각을 안 하고 점점 더 만화영화에 심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는 SNS(Social Network Service) 시대다. 카톡, 밴드, 페이스북 등 다양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다양한 집단 구성원의 댓글이나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거울자아’ 이론에 따르면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는 단체는 될 수 있는 한 멀리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시선으로 타인을 비난, 원망하며 자기를 파괴시키는 것이 좋은 피학적인 성향이라면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는 단체가 자기 입맛에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자신을 성장 발전시키고 풍요롭고 창조적인 삶을 영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단체에 가입해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 좋다.
세 가지 생존전략은 말 그대로 살아 남기 위한 자기 경계라고 가정 했을 때 그것을 바꾸라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유형이 적절하게 잘 통합되면 건강한 인격을 이룰 수 있다. 공격성이 있는 큰 아들은 강한 추진력과 실행력 있는 리더쉽으로 성과를 올려 동반자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 회피형인 둘째는 독립심, 지혜로운 자족함의 삶으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다. 의존형인 셋째는 사랑과 선함, 돌봄의 삶으로 남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때로는 생존전략의 통합 과정을 통해 생존전략을 수정 변형시킬 필요가 있을 때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에게 전혀 없는 새로운 생존전략이 요구될 때도 있다. 새로운 생존전략을 갖는다는 것은 이렇다. 가령 남을 파괴하는데 익숙한 공격형 첫째 아들이 의존형 셋째 아들처럼 사랑과 선함, 돌봄의 삶으로 남을 윤택하게 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는 A→A′ 가 아닌 A→B 로 아예 삶의 형태의 뿌리를 옮기는 일이다.
한 번 새겨진 생존전략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대로 사는 게 좋으나 그래도 바꾸고 싶다면 어떻게 생존전략을 변형 및 수정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는 기존의 생존전략을 충분히 소중히 다뤄주고 공감해주는 것, 애도해주는 것, 자기연민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 좋다. 자신의 생존전략을 개방과 직면하는 일은 때로는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외연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고 높이 평가_받아야만 한다.
기존 생존방식과 화해하는 것, 그리고 욕구 흘려보내기, 소망창조를 통해 새로운 생존전략을 허용하는 연습하는 것이다.
소망창조는 기도도 좋고, 명상도 좋고, 단순 문구 반복 주문, 글_쓰기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심리치료자나 심리성장에 함께 하기를 원하는 동반자들에게 발표나 대화를 통해 할 수도 있다.
매슬로우는 인간 욕구를 피라미드형으로 가장 밑 단계인 1단계에서 윗 단계인 5단계까지 다섯 가지 수준으로 제시했다. 1단계는 생리적인 욕구로 의식주, 성욕 등이다. 2단계는 심리적 생존을 위한 안전의 욕구, 3단계는 감정을 교류하며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관계의 욕구, 4단계는 다른 사람의 인정과 존경을 받고자 하는 욕구이며 5단계는 자기의 존재보다 더 큰 어떤 것을 향하여 나가는 자아실현의 욕구다. 매슬로우는 자아실현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며 좁은 길이라고 하였다. 필자는 생존전략을 변형, 확대, 수정하는 것은 5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