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19/01/28 [16:17]
크리스마스 트리 ‘구상나무’
빼앗긴 ‘종자 주권‘ 자생식물 역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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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시흥

 

지난겨울 새해 일출을 맞으러 제주도 한라산을 올랐다. 설원 속 등반에 익숙해질 무렵 만난 흰 눈에 덮여있는 구상나무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지구가 아득한 빙하기일 때는 구상나무는 산 아래에서도 널리 자랐다. 그러나 빙하가 녹으면서 기온이 높아지자 구상나무는 온도가 낮은 산 위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산의 맨 꼭대기까지 밀려났다. 더 물러날 곳이 없으니 구상나무는 멸종위기 식물이 되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둘 죽어가는 구상나무를 한라산이나 지리산 꼭대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구상나무가 세상에 알려진 건 1900년 이후로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식물 채집 활동을 하던 프랑스의 포리 신부와 타케 신부가 한라산에서 채집한 나무 중 하나를 미국 하버드대 식물분류학자 윌슨에게 보냈고 흥미를 느낀 윌슨 박사는 1917년에 일본의 나카이 박사의 안내를 받아 제주도로 와서 그 나무를 채집해 미국의 아놀드 수목원으로 가져갔다.

연구 결과 그 나무가 분비나무와 다른 점을 발견하고 1920년 신종으로 등록한다.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한국특산식물로 ‘Korean fir’라는 이름을 얻고 이후 품종 개량을 거쳐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크리스마스트리로 거듭났다.  

이보다 앞서 우리나라 식물의 대부분을 조사하여 현대적인 분류를 한 일본인 나카이(Nakai)교수는 그때까지도 구상나무가 분비나무와 같은 나무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사실 전나무, 분비나무, 구상나무는 같은 전나무속()으로서 형태가 비슷하다. 특히 분비나무와 구상나무는 매우 닮았다. 분비나무는 솔방울을 이루는 비늘의 뾰족한 돌기가 곧바르고, 구상나무는 뒤로 젖혀지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 간단한 특징을 놓치는 바람에 윌슨에게 새로운 종을 찾아내는 영광을 빼앗겨 두고두고 억울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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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fir’라는 이름으로 유럽에서 인기 높은 크리스마스트리로 팔리는 나무가 우리의 구상나무이고, 그래서 우리의 고유종임에도 사용료를 내고 역수입하는 나무가 됐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해외로 유출된 한반도 종의 생물표본이 무려 7,000점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이들 가운데 상당히 많은 종이 한반도가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된 이후에 해외로 유출되었고 한다.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에 대해 해외 반출이 금지된 것은 2001년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 지정·관리제’가 실시되면서부터다. 지금까지 528종의 동·식물이 승인 대상으로 지정됐다. 승인대상으로 지정되면 환경부장관의 승인 없이 외국으로 생물체는 물론 뿌리, , 표본까지 갖고 나갈 수 없다. 해외에서의 상업적인 품종 개량도 불가능해진다. 생물자원 지정관리제는 향후 ‘로열티’ 요구를 위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식물자원으로서 가치가 높은 구상나무가 최근 제주도에서 한라산에 직접 심거나 종자를 채취해 파종해서 묘목을 기르는 등 보전 노력을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숲해설사 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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