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19/01/17 [14:48]
뜻밖에 만난 손님(1)
허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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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늦봄, 간밤에 주룩주룩 비가 내리다 맑게 갠 날 아침이었다.

일찍 찾아왔는지 손님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이 기다렸다는 말에 다소 무리가 따를 수도 있겠다. 그냥 들어와 있었는데, 내가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가 만났을 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우리는 전혀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마주친 것이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그 녀석도 놀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도망가지도 않고, 유난히 툭 튀어나온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불쑥 나타난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보호색으로 벌써 위장했는지 칙칙한 바닥 색깔이었다.

내 엄지손가락만한 개구리였다.

내가 한 발짝 다가가자 그제야 생각난 듯 팔짝 뛰어 커다란 냉장고 그늘로 숨어버린다.

아니 웬 개구리가?’

하다가 어디로 녀석이 들어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콘크리트 건물에 작업실 드나드는 문, 밖으로 나가는 출입문 말고 녀석이 들어올 가능성을 샅샅이 살폈다. 작업실 창문 방충망은 늘 닫혀 있으며 높아서 몸집이 작은 녀석이 뛰어 넘어올 능력은 불가능에 가깝다. 바깥 출입문 틈도 좁아서 일간신문을 겨우 밀어 넣을 정도였다.

작업실에 앉아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하수구가 머리에 반짝 떠올랐다. 구석진 바닥 하수구를 살폈다. 거름망을 들었다. 가벼운데다 구멍에 살짝 얹혀서 손쉽게 들어낼 수 있었다.

전날 밤, 제법 많은 비가 왔다? 작업실에서는 수시로 수돗물을 쓰고 있어서 늘 축축한 환경이다. 그런데 개구리 한 마리가 오수관에 들어오게 되어 이리저리 헤엄치며 돌아다니다가 작업실 하수구를 발견하고 팔짝 뛰어 들어왔을 것이다.’

정확히 입증할 만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설픈 생각으로 두드려 맞춰본 내용이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이미 벌어진 일, 무슨 방법을 써서 내보내느냐 하는 문제가 고민거리로 남는다. 이 녀석을 추방형식을 갖춰 제 동료들 아니면 알맞은 서식지를 찾아가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녀석을 잡을 방도가 없다. 함부로 냉장고 밑에 나뭇가지를 넣어 휘저을 수도 없다. 그러다가 연약한 살갗이나 찢긴다면 그냥 놔두느니만 못하다.

결자해지? 들어온 구멍으로 다시 나가라고 한동안 하수구 거름망을 벗겨 놓았다.

매일 아침 작업실에 들어설 때마다 개구기가 어디 있나 살피는 것이 일과처럼 되었다. 매일 만날 때도 있고, 하루 거르는 날도 있었다.

제 갈 곳으로 갔나?’

그런데 다음날엔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침인사라도 하듯 공손하게 나를 바라본다.

너 나하고 친구 하자는 거냐?”

 

허만 심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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