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감동 독립서점 '책방내심', 동네의 새로운 문화 공간

김세은 | 기사입력 2024/09/09 [17:31]
김세은 기사입력  2024/09/09 [17:31]
목감동 독립서점 '책방내심', 동네의 새로운 문화 공간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주간시흥=김세은 기자] 

 

독서의 달을 맞아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특별한 인터뷰를 준비했다. 목감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책방내심김정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방내심20199월에 오픈하여 모임, 전시, 강연 등 여러 행사들로 지역 내 소통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동네서점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책을 통해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서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IT회사에서 마케터로 10년 넘게 일을 하다가 한계가 느껴지기도 하고 몸이 지쳐 안식년을 가지게 됐어요. ‘퇴사하면 좋아하는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하루종일 책만 읽고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여행지에서 동네서점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그날 서점에서 보게 된 책 띠지에 서점이 없는 동네는 동네도 아니지라는 문구를 읽는 순간 뭔가 느껴졌어요. ‘내가 사는 시흥에는 동네서점이 있던가? 내가 가고 싶은 서점을 내가 한번 시도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이 끝나고 한 달 정도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됐습니다. 전혀 무관한 일을 시작한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볼 거면 지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나고 보니 그런 용기가 어디서 생겼는지 모르겠네요.

 

1-1. 회사 다니실 때보다 만족스러우신지.

유동인구가 많이 없는 위치라 운영의 어려움과 고민은 있지만, 새로운 일을 한다는 재미도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충족감과 자유로움이 커요.

 

 

▲   책방내심 전경  ©

  

 

2. 서점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내면의 마음이라는 뜻이에요. 서점 이름에 어떤 의미를 담으면 좋을까 하다가, 서점에 가면 내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서점에 가면 일에 대한 책이 보이고, 마음이 힘들 때 서점을 찾으면 심리 서적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서점이라는 공간이 내 마음을 알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나 외국어가 아닌 한국어를 사용하고 싶어서 내심이라고 지었습니다.

 

 

3. 독립서점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문화 취향에 공감하는 분, 사람과의 연결을 원하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찾는 곳이 독립서점이라고 생각해요. 회사에 다닐 때는 출퇴근하느라 바빠서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이웃이 없었는데, 서점을 운영하다 보니 이웃분들과의 유대가 하나둘씩 쌓아지더라고요. 서점에서 처음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샹송 음감회인데, 진행자분도 손님으로 만난 분이에요. 손님분들 중에 작가님도 계시고, 편집자님도 계시고, 글쓰기 강의하시는 강사님도 계시고 정말 많은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또 관심 있는 분들이 찾아주시고 하면서 지역이 연계되고 연결되는 게 독립서점의 존재 이유인 것 같아요. 이렇게 한 분 한 분 만나게 되는 게 놀랍고 신기한 지점이기도 해요.

 

3-1. 서점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시다면.

지금 하는 이 일이 조금 더 확장돼서, 관심 있는 분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좋겠어요. 공간은 작지만 책방내심을 생각하면 새롭고 재밌는 곳,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기대를 가지시면 좋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4.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시는데, 프로젝트별 간단한 소개 

반경5km 인터뷰: 서점 운영을 시작하고 서점 주변을 둘러보니 동네에서 좋은 곳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동네서점은 수가 많지 않아 가끔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시기도 하는데, 손님들이 책방 주변은 잘 모르니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역 이웃분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소개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지만 최근에는 잘 못하고 있어요

모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모임은 비타민 B(Book)라는 독서모임이에요. 매달 책 한 권을 선정해서 함께 읽고 나누고 있고, 현재 진행은 제가 하고 있어요.

드로잉 모임은 진행자분이 따로 계셔서 시즌별로 도구를 준비해주세요. 참여자들은 모여서 한 주제를 놓고 시를 읽거나 책으로 감각을 깨우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 후, 각자 그림을 소개하고 서로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해요.

최근에는 서점 근처 카페 겸 술집인 스몰무브먼트사장님과 협업해서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 명랑술책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책 읽는 경험을 풍부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기획했죠.

강연: 좋아하는 작가님이나 편집자님, 또는 출판사 대표님을 초청해서 북토크나 강연을 하기도 해요.

전시: 서점 내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지만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작가님의 일러스트 포스터전이나 사진공모전, 언제는 크로키전시를 한 적도 있어요. 초보자를 위한 크로키 수업도 해주셨는데 너무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  책방내심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들   ©

 

 

5. 서점을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극복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가장 어려운 부분은 손님을 기다리는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새로운 분야라 모르는 것도 많고, 팀이 아닌 혼자 일하기 때문에 할 일도 많고, 사정이 있어 쉬게 되면 모든 일이 중단되는 어려움들도 있는데, 그것들은 배우면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는 일이니 괜찮지만, 손님이 오시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기에 가장 힘들어요.

극복 방법은.. 여전히 극복 중이고요(웃음) 하루하루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손님의 수와 책의 판매량은 결정할 수 없으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죠.

 

 

6. 독립서점을 찾는 손님들의 특징이나 변화된 독서 트렌드가 있다면?

독립서점을 찾으시는 분들은 효율보다는 경험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인 것 같아요.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보다는 공간운영자가 선별해서 추천하는 책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 온라인서점으로 주문하지 않고 직접 와서 책을 고르고, 심지어는 주문해서 며칠을 기다린 후에 서점에 들러 받으시는 분들을 보면 대형서점에서는 팔지 않는 독립출판물에 대한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돼요.

최근 뉴진스 민지 양이 뮤직비디오에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읽는 장면이 몇 초 지나가는데, 그로 인해 그 책이 엄청 화제가 되었다고 해요. 요즘 어린 연령층에서 책을 읽는 행위가 힙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종의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한 것 같더라고요. 사실 서점 내에서는 그렇게까지 체감이 되지는 않지만 처음 찾아오시는 손님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해요.

 

 

 

 

7. 독서의 달을 맞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예전에는 혼자 읽는 자체로도 재밌고 충분히 즐거웠다고 생각해서 독서모임에 참여해보질 않았어요그런데 책을 읽고 누군가랑 얘기를 나누는 그 경험이 정말 좋더라고요같은 책을 읽은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면 제가 놓친 부분을 알 수 있고혼자 읽을 때보다 내용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아요.

 

제가 생각하는 독서의 매력은 재밌다.’, ‘내 세계가 넓어진다.’ 이 두 가지예요. 이미 책을 즐기고 계신 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고, 책과 친하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이 얘기를 꼭 해드리고 싶어요. 책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베스트셀러 말고 책의 표지 사진이 됐든, 책 속 한 문장이 됐든 본인이 선택해서 읽어보는 경험을 추천해요. 교훈이나 지식을 얻는 목적이 아니라, 읽는 행위 자체의 재미로 책읽기를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읽다가 재미없으면 그만 읽어도 되니 책의 재미를 먼저 느끼는 게 책을 오랫동안 즐겁게 누리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독립서점 책방내심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방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을 넘어, 지역 주민들과 만남을 맺고 소통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독서의 달을 맞아, 지역 곳곳에 위치한 동네서점을 방문해 매력 있고 다양한 독립출판물들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간시흥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물/사람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