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17/07/13 [13:20]
자기연속성(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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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척추관절 박사 오원교 원장이 들려주는 마음이야기(73)

  <상생힐링한의원장. 한의학박사 오원교>

 

귓가에 부딪치는 낯익은 알람 소리에 그가 침대에서 눈을 부스스 뜬다. ‘여기가 어디지?’ 익숙한 베개, 이불 촉감과 냄새, 모양, 색깔이 눈에 들어온다. ‘아~ 내 침대 위구나’ 이윽고 그는 자기 방에서 자고 있었음을 알아차린다. 방 안을 둘러본다. 낯 익은 시계, 커튼, 창문, 핸드폰도 보인다. 얼마나 잤을까? 커튼 너머 창 밖은 아직 어둑하다. 핸드폰의 시계는 오전 5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다. ‘그렇지. 초 여름은 이 시각이 약간 어둑하지’ 내 머리속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에 존재한다는 체내 시계는 지구, 태양의 명암주기와 연결되어 시각을 맞춘다. 어제도 그가 있었고 오늘도 그가 있다. 그는 이렇게 연속해서 자기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어제 출출해서 저녁에 먹다 남은 피자 조각과 콜라도 보인다. 갑자기 뱃 속 사정이 별로 편안하지 않음을 느낀다. ‘어제 밤늦게 피자를 너무 많이 먹은게 탈이 났나?’ 느글거리는 속의 원인을 침대 속에서 생각해 본다. 어제 일을 더듬어 본다. 편의점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린 중학생 하나와 옥신각신 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이내 의식은 자기가 그 가게의 사장인 것을 기억해낸다. ‘힘겨운 하루였었어’ 개업한지 얼마안되고 처음 당했던 일이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것도 생각났다. 잠에 의해 급격히 단절되었던 사장으로서의 정체성을 가다듬는다. 식료품 유통업체에서 근무하며 월급 받고 일했을 때에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일이었다. 자신이 인생을 통틀어 학습했던 경험들을 떠올린다. 처신의 기억들도 더듬는다. 중학교 오락실을 가고 싶어 아버지 호주머니에서 돈을 훔쳤던 기억해 내었다. 들켜서 아버지의 화난 얼굴과 손찌검 당한 장면이 불현 듯 떠오른다. 비참하고 무서웠다. 반항심과 분노가 섞여 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어렴풋이 교차한다. 순간 어제 중학생 아이의 당황하며 일그러진 고개숙인 얼굴과 아버지 앞에서 고개숙인 그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다.

하지만 나는 사장이다. 편의점 개업한지 얼마 안되었다. 잘 운영해야 한다. 추가범행을 막아야 한다. 혼란스러웠다.

‘도저히 모르겠어.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한데 말이야’ 순간 아내의 얼굴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다니는 큰 딸과 중학교 다니는 아들도 연이어 떠오른다. 어제의 사건에 기인하여 그는 자기가 한 여자의 남편인 것과, 두 아이의 아빠라는 것도 기억해낸다. 아버지 돈을 훔치다 걸려 겁에 질렸던 중학생 아이도 모두 자기다. 자기의 추억들은 자기라는 연속점들로 모아진 사람이다.

부엍에서 달그닥거리는 소리가 난다. 새벽형인 아내가 벌써부터 일어나서 밥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침식사를 정성껏 준비하는 아내의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그리 배고프지 않다. 먹기가 싫고 아내에게 말하고 싶다. 어젯 밤 출출해서 피자 조각과 콜라를 배가 부를때까지 먹었던 나고, 오늘 아침 밥을 먹고 싶지 않다고 마음이 든 것도 나다. 과거의 일과 현재의 일이 극명하게 다름에도 자기라고 생각하는 능력은 자기연속성 때문이다.

 

■ 자기연속성이란?

자기의 연속성은 개개인에게 시공을 초월해 존속하는 중심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능력이다. A라는 경험을 하는 ‘나’와 B라는 경험을 하는 ‘나’는 연장선적인 관계에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몸과 마음, 성격 구성,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변화들, 자신의 경험이 잠에 의해 급격하게 단절됨에도 불구하고 자기 연속성의 감각은 우리가 생애 전체를 통해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연속성의 특징은 자기응집성, 불변성, 통합성, 전체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개성, 독자성을 이룬다. 연속성은 선천적보다는 성장발달 하면서 자기 학습을 통해 습득된다. 상담문의 365-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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